지난 편 수학 강사에게 묻다 ②에서는
계산 실수를 습관이 아니라 패턴으로 보자고 했습니다.
오늘은 그 끝에 예고했던 질문,
실수 하나가 왜 등급까지 가르는지입니다.
지금 고1·고2 학부모님께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이제 1등급이 10%라면서요.
예전보다 훨씬 쉬워진 거죠?"
절반은 맞고, 절반은 조금 다릅니다.
1등급이 넓어졌다는 말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넓어진 만큼 그 경계에
비슷한 점수의 아이들이 더 많이 몰립니다.
2025년 고1부터 고교 내신은
5등급 상대평가로 바뀌었습니다.
교육부 확정안대로 고1·2·3 모두 같은 방식이고,
성적표엔 성취도(A~E)와 석차등급이 함께 적힙니다.
비율은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에 이렇게 나옵니다.
1등급 10% · 2등급 34% · 3등급 66% · 4등급 90%
(누적 비율이고, 나머지가 5등급입니다.)
인원은 '수강자 수 × 누적 비율'을 반올림해서 정합니다.
기재요령에 실린 예시 그대로, 수강자가 178명이면
1등급은 17.8을 반올림한 18명입니다.
같은 178명을 예전 9등급제(1등급 4%)로 계산하면
7명이었습니다.
7명에서 18명.
분명 넓어졌습니다.
그런데 수학 강사로서 제가 더 신경 쓰는 건
이 숫자보다 경계선 바로 위아래입니다.
학교마다 동점자 처리 규정을 두지만,
그래도 동점자가 등급 경계에 걸리면
중간석차라는 걸로 등급을 정합니다.
중간석차 = 석차 + (동점자 수 − 1) ÷ 2
이 값을 수강자 수로 나눈 비율로
등급을 매긴다.
경계에 걸친 동점자에게만 쓰고,
등급 안쪽의 동점자에겐 쓰지 않습니다.
결승선에 여럿이 동시에 들어온 셈입니다.
누구는 1등급, 누구는 2등급으로 자를 수 없으니
다 같이 붙이거나, 다 같이 떨어뜨립니다.
기재요령에 실린 공식 예시가 두 개 있습니다.
1. 수강자 96명, 1등 동점자 19명
원래 1등급은 10명입니다.
중간석차는 1 + 18 ÷ 2 = 10, 비율은 10.42%.
10%를 넘으니 19명 모두 2등급, 1등급은 0명입니다.
2. 수강자 120명, 1등 1명 + 2등 동점자 15명
원래 1등급은 12명입니다.
중간석차는 2 + 14 ÷ 2 = 9, 비율은 7.5%.
이번엔 16명 모두 1등급이 됩니다.
이번엔 제가 설명하려고 만든 예시입니다.
수강자 수와 점수 분포는 가상이고, 규칙만 기재요령 그대로입니다.
수강자 150명이면 1등급은 15명입니다.
만점이 14명, 한 문제 틀린 아이가 3명이라고 해 보죠.
한 문제 틀린 3명은 15등에서 동점이라
중간석차가 15 + 2 ÷ 2 = 16, 비율은 10.67%.
세 명 모두 2등급이 됩니다.
1등급은 만점자 14명뿐입니다.
정원이 15명인데도요.
1등급과 2등급을 가른 건 문제 하나였습니다.
수학 시험은 점수가 촘촘하게 붙기 쉽습니다.
그래서 내신 수학은 어려운 한 문제보다
아는 문제를 하나도 안 흘리는 싸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편의 검산 한 줄이 여기서 등급이 됩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 부분은
대학마다 다릅니다.
등급을 점수로 바꾸는 표가 대학·전형마다 따로라서
여기서 숫자 하나로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
다만 학생부에는 등급만 남지 않습니다.
원점수 · 과목 평균 · 성취도 · 성취도별 분포 · 수강자 수가
같은 칸에 함께 적힙니다.
2등급이라는 글자 하나로
다 끝난 게 아닐 수 있는 이유입니다.
2학기 기말이 다가오는 지금,
학부모님이 아이에게 물어볼 건 하나면 됩니다.
"지난 시험, 몇 문제 차이로 등급이 바뀌었어?"
그 답이 '한두 문제'라면,
공부의 방향은 어려운 문제보다 실수 쪽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학원을 옮길 때, 그리고 선행과 심화 중 무엇이 먼저인가를 다룹니다.
등급 비율·인원 산정·중간석차 규정과 공식 예시는 17개 시도교육청 「2026학년도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고등학교)」 기준입니다. 150명 예시는 설명을 위해 만든 가상 계산이며, 동점자 처리 세부 규정은 학교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