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편 수학 강사에게 묻다 ①에서는
수학을 몰라도 숙제를 확인하는 법을 이야기했습니다.
오늘은 그 글 끝에 예고했던 질문입니다.
시험지를 받아 온 날, 거의 매번 듣는 말이 있죠.
"아는 문제였는데
실수했어요."
그리고 대화는 보통 여기서 끝납니다.
"다음엔 조심해." 한마디와 함께요.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실수했어요'로 끝난 실수는
다음 시험에 거의 그대로 다시 나옵니다.
계산 실수를 성격이나 덜렁대는 습관으로 보면
고칠 방법이 없습니다.
"꼼꼼해져라"는 말은
무엇을 하라는 건지 알려 주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틀린 자리를 하나씩 모아 보면
실수는 생각보다 몇 종류로 나뉩니다.
제가 답안지를 볼 때 나누는 기준은 이렇습니다.
1. 부호 — 마이너스가 사라지거나 생기는 실수
2. 옮겨 적기 — 윗줄의 9가 아랫줄에서 6이 되는 실수
3. 괄호 전개 — 괄호 앞 숫자를 일부 항에만 곱하는 실수
4. 분수·통분 — 분모를 맞추다 분자를 빠뜨리는 실수
5. 조건 놓침 — '양수인', '정수인'을 안 읽은 실수
6. 답 고르기 — 다 풀고 묻는 값을 잘못 적는 실수
수학 강사로서 제가 보기에는,
한 아이의 실수는 이 여섯 가지에 고루 퍼지지 않고
두세 종류로 몰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몰린다는 건, 고칠 곳이 좁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말로만 하면 감이 잘 안 오니
직접 따라가 보겠습니다.
설명하려고 제가 새로 만든 예시이고, 실제 학생 답안은 아닙니다.
고1 공통수학, 다항식 정리 문제입니다.
(x−3)² − 2(x−1)(x+4)를
전개하여 정리하시오.
첫 줄은 (x−3)² = x²−6x+9입니다.
여기서 −6x를 빠뜨리거나 +6x로 쓰면
부호 실수가 됩니다.
둘째 줄은 (x−1)(x+4) = x²+3x−4.
그런데 바로 다음이 진짜 함정입니다.
−2를 곱할 때 −2x²−6x까지만 바꾸고
끝의 −4에선 부호를 안 바꿔 −8로 적는 실수,
괄호 전개에서 가장 흔하게 보는 모양입니다.
제대로 하면 −2x²−6x+8이에요.
마지막 줄은 동류항 정리입니다.
x²−2x² = −x², −6x−6x = −12x, 9+8 = 17.
답은 −x²−12x+17입니다.
만약 앞에서 실수했다면 −x²−12x+1이 나왔겠죠.
여기서 제가 학생들에게 꼭 붙이게 하는 게
검산 한 줄입니다.
x에 0을 넣어 보는 겁니다.
처음 식: 9 − 2×(−1)×4 = 9 + 8 = 17
내 답: −0² − 12×0 + 17 = 17
같으면 통과입니다.
실수한 답이었다면 1이 나와서, 바로 걸립니다.
처음부터 다시 풀면 같은 자리에서
같은 실수를 또 하기 쉽습니다.
검산은 다른 길로 같은 곳에 도착해 보는 일입니다.
0이나 1처럼 계산이 쉬운 값을 넣는 데
10초면 충분합니다.
2학기 기말이 다가오는 지금이
이걸 시작하기 딱 좋은 때입니다.
중간고사 시험지가 아직 남아 있으니까요.
실수 기록은 '종류별로 세기'
틀린 문제를 다시 풀고 끝내지 말고,
위 여섯 가지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표시하고
종류별로 개수를 세 보세요.
제일 많이 나온 종류가 이번 기말의 경계 대상입니다.
풀이는 세로로, 한 줄에 한 단계
옆으로 이어 쓰면 옮겨 적기 실수가 늘어납니다.
등호를 세로로 맞춰 내려쓰면
어느 줄에서 틀렸는지도 바로 보입니다.
문제 조건엔 밑줄부터
'양수', '서로 다른', '최솟값' 같은 말에
풀기 전에 밑줄을 긋게 합니다.
조건 놓침과 답 고르기 실수는 여기서 많이 줄어듭니다.
학부모님이 보실 곳은 하나입니다.
아이 시험지에 검산한 숫자 한 줄이 남아 있는지,
그리고 "어떤 종류 실수였어?"에
대답이 나오는지만 확인해 주세요.
수학을 몰라도 충분히 보이는 부분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5등급제에서 수학 한 등급 차이는 얼마나 클까를 다룹니다.
계산 실수 하나가 등급을 가르는 이유와도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실수 분류와 고치는 법은 수학 강사로서의 제 의견이며, 연구 결과를 정리한 것이 아닙니다. 예시 문제는 설명을 위해 새로 만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