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편 「문제집 한 권 다 풀었는데, 왜 개념을 설명 못 할까」에서
개념서와 유형서는 하는 일이 다르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오늘은 그 짝을 지금 성적에 맞춰 고르는 이야기입니다.
2학기 기말을 앞둔 요즘
상담에서 이런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선생님, 쎈 다 풀었는데 이제 뭐 사요?
심화서로 바로 가도 돼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런데 저는 책 이름보다 먼저 묻는 게 있습니다.
고등 문제집 단계는 크게
입문과 기본, 그다음 심화로 갑니다.
오늘은 앞의 두 칸만 봅니다.
입문은 개념서가 아직 버거울 때의 칸입니다.
중학교 연산부터 흔들린다면
베이직쎈처럼 연산·기초 유형 위주의 책이 시작점이고,
개념을 쉽게 풀어 준 책을 원하면
풍산자나 개념쎈 라이트가 이 칸에 있습니다.
개념과 유형을 한 권에 담은 개념+유형도 같은 결이에요.
여기서 많이들 망설이십니다.
"고등학생이 이렇게 쉬운 책을 봐도 되나요?"
저는 됩니다, 라고 답합니다.
어려운 책을 펴 놓고 손을 못 대는 것보다
쉬운 책을 끝까지 푸는 쪽이 훨씬 남습니다.
개념서가 읽히기 시작하면 기본 칸입니다.
지난 편에서 정리한 짝을 다시 적으면 이렇습니다.
1. 개념원리 ↔ RPM
2. 개념쎈 ↔ 쎈
3. 수학의 바이블 개념ON ↔ 유형ON
4. 마플교과서 ↔ 마플시너지
같은 출판사끼리 짝을 맞추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단원을 나누는 방식과 순서가 맞물려서
개념서 몇 쪽이 유형서 몇 번 유형인지 바로 이어지거든요.
출판사가 다르면 이 연결을 아이가 직접 찾아야 합니다.
성적대로 굳이 나누자면, 제가 보기에는
설명을 차근차근 따라가야 하는 학생은 개념원리·개념쎈 쪽,
문항 양을 버틸 수 있는 학생은 개념ON·마플 쪽이 맞습니다.
유형ON의 마지막 단계는 어렵고 양이 많고,
마플시너지는 유형을 잘게 쪼개 문항이 매우 많다는 평이 공통입니다.
다만 순위가 아니라 결이 다른 것이라 같은 칸에선 하나만 고르시면 됩니다.
여기가 오늘 제일 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한 권을 끝냈다는 넘어가는 기준이 아닙니다.
기준은 그 책 마지막 단계에서 얼마나 틀렸느냐입니다.
쎈이라면 A·B·C 단계 중 C단계가 그 자리입니다.
예를 들어 C단계에서 처음 푼 문제가 40개이고
그중 14개를 틀렸다면, 14 ÷ 40 = 0.35,
오답률 35%입니다.
설명하려고 제가 든 가상의 예시예요.
이 숫자로 저는 이렇게 판단합니다.
통계가 아니라 제가 수업하며 쓰는 기준입니다.
1. 절반 가까이 틀렸다 → 개념서로 돌아가 해당 단원부터
2. 셋 중 하나쯤 틀렸다 → 같은 칸 유형서 한 권 더
3. 열에 한두 개만 틀렸다 → 다음 단계(심화)로
앞의 예시 35%라면 2번입니다.
그럴 땐 RPM 다음에 쎈처럼
같은 칸의 다른 유형서를 한 권 더 풀게 합니다.
같은 개념을 다른 문제로 한 번 더 만나야
틀린 이유가 '실수'였는지 '구멍'이었는지 갈리거든요.
하나 더 붙이자면, 오답률은
처음 풀었을 때 기준으로 세야 합니다.
틀린 걸 다시 풀어 맞힌 것까지 넣으면
누구나 만점에 가까워지니까요.
수학을 몰라도 이건 보실 수 있습니다.
유형서 마지막 단계에
처음 풀 때 틀린 표시가 몇 개인지 세어 보세요.
동그라미 개수보다 이 숫자가
다음 책을 정하는 데 훨씬 정확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심화서가 안 먹히는 이유 — 실전개념이 먼저를 다룹니다.
오늘 기준으로 3번에 해당한 학생이
심화서를 펴기 전에 꼭 거쳐야 할 단계 이야기입니다.
책 평가는 여러 추천 글에서 공통으로 하는 말을 정리한 것이고, 난이도 순위나 통계가 아닙니다. 오답률 기준은 강사 개인 의견이며, 계산 예시는 설명을 위해 만든 가상의 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