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새 연재 수학 문제집, 순서대로를 시작합니다.
2학기 중간고사가 끝나고 나면
상담에서 문제집 질문이 부쩍 늘어납니다.
겨울방학까지 두 달 남짓 남았거든요.
그중 제일 자주 듣는 말은 이겁니다.
"선생님, 아이가 이 문제집 한 권을 다 풀었어요.
그런데 왜 시험만 보면 처음 보는 문제라고 할까요?"
책장에 꽂힌 두꺼운 문제집을 보면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이 드실 만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런 경우 대부분은
아이가 게을렀던 게 아닙니다.
책이 하는 일과 아이가 기대한 일이
처음부터 달랐던 겁니다.
고등 수학 문제집은 크게 두 종류입니다.
개념서는 왜 그런지를 설명하는 책이고,
유형서는 그걸 손에 익히는 책입니다.
비슷해 보여도 하는 일이 다릅니다.
개념서는 설명을 들으면서 읽는 책입니다.
수업이든 인강이든 누군가의 설명과 함께
정의가 왜 그렇게 생겼는지를 따라가는 책이죠.
유형서는 그다음에 혼자 손으로 푸는 숙제입니다.
문제는 이 둘이 섞일 때 생깁니다.
유형서로 개념을 대신하면
개념이 문제 풀이 요령으로 쪼그라듭니다.
유형은 외워지는데, 개념은 남지 않는 상태가 되는 거죠.
공통수학1의 이차방정식 판별식을 예로 들어 볼게요.
설명하려고 제가 새로 든 예시입니다.
유형서로만 익힌 학생은 이렇게 기억합니다.
"실근을 가지면 D ≥ 0 쓰면 돼요."
맞는 말이고, 유형서 문제 스무 개는 이걸로 다 풀립니다.
그런데 제가 질문을 하나 바꾸면 멈춥니다.
"왜 하필 b² − 4ac를 보는 건데?"
근의 공식에서 루트 안에 들어가는 값이라서,
그게 음수면 실수 범위에서 루트를 못 씌운다는 것.
여기까지 말이 나오면 개념서를 제대로 읽은 겁니다.
이 차이는 문제가 조금만 옷을 갈아입어도 드러납니다.
"이차함수 그래프가 x축과 만나지 않는다"를 보고
판별식을 떠올리는 건 유형 암기가 아니라
개념 연결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수업에서 계속 질문하고 학생이 답하게 하고,
클리닉 시간에도 개념을 꼭 말로 물어봅니다.
지금 고1부터는 공통수학1·2 체제라서
책도 그 판으로 골라야 합니다.
제가 서점 페이지에서 공통수학1판을 확인한
개념서와 유형서 짝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개념원리 ↔ RPM
2. 개념쎈 ↔ 쎈
3. 수학의 바이블 개념ON ↔ 유형ON
4. 마플교과서 ↔ 마플시너지
같은 출판사끼리라 단원 순서와 구성이 맞물립니다.
개념원리는 설명이 친절해 처음 잡기 좋다는 평이 많고,
마플교과서는 개념 대사전에 가깝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여기서 하나 덧붙이자면, 이 넷은 순위가 아닙니다.
추천하는 사람마다 난이도 순서가 조금씩 달라서
저는 결이 비슷한 군으로 봅니다.
같은 칸의 책은 하나만 고르면 됩니다.
두 권을 동시에 펴면 진도만 두 배로 느려집니다.
수학을 몰라도 이건 물어보실 수 있습니다.
1. 수업은 어떤 책으로 진도를 나가는지
2. 숙제는 어떤 책으로 내는지
3. 유형서가 개념 설명을 대신하고 있지 않은지
수업 책과 숙제 책이 같은 한 권이라면
한 번쯤 개념 설명은 어디서 듣는지 물어보세요.
설명 없이 유형만 쌓이면, 진도는 빨라 보여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버티기가 어려워집니다.
다음 편에서는 입문·기본 단계, 성적대별로 짝 맞추기를 다룹니다.
지금 성적에서 어떤 짝으로 시작하면 되는지,
겨울방학 전에 미리 같이 보시면 좋겠습니다.
책 평가는 여러 추천 글에서 공통으로 하는 말을 정리한 것이고, 난이도 순위나 통계가 아닙니다. 판별식 예시는 설명을 위해 새로 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