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새 연재 수학 강사에게 묻다를 시작합니다.
학부모님과 학생들이 수학 선생에게
한 번쯤 묻고 싶었던 질문에
제 생각을 하나씩 답해 보려고 합니다.
첫 질문은 상담에서 정말 자주 듣는 말입니다.
"선생님, 저는 수학을 잘 몰라서
숙제를 했는지밖에 확인을 못 해요."
중간고사가 끝나고 숙제가 다시 쌓이는 요즘,
책상 위 문제집을 넘겨 보다가
한숨 쉬신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채점된 페이지에 동그라미가 가득하면
일단 마음이 놓이시죠.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동그라미는
숙제를 끝냈다는 사실만 알려 줍니다.
숙제로 배웠는지는 거의 알려 주지 않아요.
해설을 보고 풀어도 동그라미는 나오고,
답만 맞춰 적어도 동그라미는 나옵니다.
수학을 몰라도 볼 수 있는 흔적은 따로 있습니다.
수학 강사로서 제가 숙제를 넘길 때
먼저 눈이 가는 다섯 군데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1. 답만 있고 풀이가 없는 페이지
여백이 깨끗한데 답만 또박또박 적혀 있다면
머릿속으로 풀었거나, 어딘가에서 옮겨 적은 겁니다.
고등 수학에서 암산으로 끝나는 문제는 많지 않습니다.
2. 해설과 표현·순서까지 똑같은 풀이
풀이가 있어도 안심은 이릅니다.
책 뒤 해설을 펴서 나란히 놓아 보세요.
문장 순서, 기호, 줄 바꾸는 자리까지 같다면
베낀 풀이일 가능성이 큽니다.
3. 틀린 문제를 다시 푼 흔적
틀린 문제 옆에 빨간 줄만 있고 끝인지,
그 아래에 새로 풀어 본 줄이 있는지 보세요.
숙제에서 진짜 공부가 되는 건
틀린 문제를 다시 푼 그 몇 줄입니다.
4. 별표와 물음표
문제 번호 옆에 별표나 물음표가 있다면
아이가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표시한 겁니다.
저는 이 표시가 없는 숙제가 오히려 더 걱정됩니다.
모르는 게 하나도 없었을 리는 없으니까요.
5. 걸린 시간
같은 분량을 어제는 두 시간, 오늘은 이십 분에 끝냈다면
그 차이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오늘 몇 시부터 몇 시까지 했어?"
이 한마디면 충분합니다.
강사가 어디를 보는지 직접 보여 드릴게요.
설명하려고 제가 새로 만든 예시이고, 실제 학생 숙제는 아닙니다.
고1 공통수학의 나머지정리 문제입니다.
다항식 P(x)를 x−1로 나누면 나머지 3,
x−2로 나누면 나머지 5일 때,
P(x)를 (x−1)(x−2)로 나눈 나머지는?
숙제 A에는 답 칸에 2x+1, 그리고 동그라미 하나.
숙제 B에는 첫 줄에
P(x) = (x−1)(x−2)Q(x) + ax + b가 적혀 있고,
그 아래 a+b=3, 2a+b=5를 풀어서 2x+1.
중간에 a+b=5라고 썼다가 지운 자국도 남아 있습니다.
둘 다 정답입니다.
그런데 제 눈이 가는 곳은 답이 아니라
첫 줄에 나머지를 왜 ax+b로 놓았는지입니다.
이차식으로 나누면 나머지는 일차 이하라는 걸
알고 있어야 그 줄이 나오거든요.
지운 자국도 반갑습니다.
어디서 헷갈렸는지가 그대로 남아 있으니까요.
숙제 A는 맞았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알려 주지 않습니다.
지운 자국이 있는 숙제가 더 많은 걸 말해 줍니다.
수학을 몰라도 물어볼 수는 있습니다.
답이 맞았는지 따지지 마시고,
아이가 말로 설명하는지만 들어 주세요.
1. "이 문제 왜 이렇게 시작했어?"
2. "틀린 거 다시 풀어 봤어?"
3. "내일 학원에서 뭐 물어볼 거야?"
첫 질문에 막힘없이 대답하면 이해한 겁니다.
세 번째 질문에 답이 바로 나오면
숙제를 하면서 스스로 모르는 걸 골라낸 거고요.
저도 수업에서 계속 질문하고 학생이 답하게 하고,
클리닉 시간에도 개념을 꼭 말로 물어봅니다.
말로 막히는 곳이 시험에서도 막히는 곳이라서요.
다만 하나 덧붙이자면,
이 질문들이 검사가 되면 아이는 금방 입을 닫습니다.
틀렸다고 혼내기보다
물음표 하나 찾은 걸 칭찬해 주시는 편이
다음 숙제를 훨씬 정직하게 만듭니다.
다음 편에서는 계산 실수는 습관이 아니라 패턴이다를 다룹니다.
"아는데 실수했어요"라는 말을 자주 듣는 집이라면
꼭 같이 읽어 주세요.
이 글의 체크리스트와 질문은 수학 강사로서의 제 의견이며, 연구 결과를 정리한 것이 아닙니다. 예시 문제와 두 숙제는 설명을 위해 새로 만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