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 대입, 다시 그린 지도 지난 편에서는
수능 최저가 지원자 상당수를
대신 걸러 주는 문이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오늘은 그 최저까지 포함해서,
준비할 게 너무 많다는 고민입니다.
"선생님,
내신에 수능에 생기부에 면접까지,
이걸 다 따로 준비하면 시간이 되나요?"
중간고사가 끝난 요즘, 상담에서 제일 많이 듣는 말입니다.
내신·수능·생기부·면접을 동시에 챙겨야 하는 상황을
한 입시설명회에서는
"죽음의 삼각형"이라고 부르더군요.
말은 무섭지만, 사실 처음 있는 일도 아닙니다.
2008학년도 수능은 표준점수·백분위 없이
등급만 주던 해였습니다.
수능만으로 줄을 세우기 어려워지자
대학들이 이것저것을 함께 보기 시작했고,
그 체제는 이듬해 다시 바뀌었습니다.
2028 대입은 내신 5등급제에 통합형 수능입니다.
1등급이 상위 10%로 넓어지니
대학은 교과전형에도 서류를, 정시에도 학생부를 얹고 있죠.
그래서 "다 따로 준비해야 하나"는 걱정이
괜한 엄살이 아닙니다.
그런데 저는 질문을 조금 바꾸고 싶습니다.
네 개를 따로 준비하는 게 아니라,
네 개가 같이 서 있는 바닥 하나를 먼저 까는 겁니다.
고1 공통수학1에서 배우는 판별식이 있습니다.
이차방정식 ax²+bx+c=0에서
D=b²−4ac가 양수면 서로 다른 두 실근,
0이면 중근, 음수면 서로 다른 두 허근.
외운 학생은 여기서 끝입니다.
문제 유형 몇 개를 돌리고, 시험이 지나면 흐려지고,
수능 준비할 때 처음부터 다시 외웁니다.
유도할 줄 아는 학생은 이렇게 기억합니다.
양변을 a로 나누면 x²+(b/a)x=−c/a.
양변에 (b/2a)²를 더하면
(x+b/2a)² = (b²−4ac)/4a² 라는 완전제곱식이 됩니다.
분모 4a²는 늘 양수죠.
그러니 제곱한 값이 양수냐, 0이냐, 음수냐를
분자 b²−4ac 하나가 정합니다.
판별식은 외울 공식이 아니라,
완전제곱식에서 저절로 나오는 값이에요.
숫자로 보면 더 분명합니다.
x²−6x+5=0, x²−6x+9=0, x²−6x+10=0.
세 식을 완전제곱식으로 바꾸면
(x−3)²이 각각 4, 0, −1과 같아집니다.
제곱이 4면 x−3=±2, 근은 1과 5.
제곱이 0이면 근은 3 하나, 중근이고요.
제곱이 −1이면 실수 중엔 답이 없어서
허근 3±i가 나옵니다.
판별식 16, 0, −4와 정확히 같은 결론이죠.
그래프로 보면 y=x²−6x+c가
x축과 두 점에서 만나는지, 접하는지,
아예 떠 있는지의 차이입니다.
이렇게 이해한 학생은
시험장에서 공식이 기억나지 않아도 다시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이 이해가 고2·고3의 이차함수, 부등식,
수능 문제의 바닥으로 그대로 이어집니다.
저는 공부를 두 층으로 나눠서 봅니다.
실력 공부는 "왜 이렇게 되는지"를 쌓는 공부,
실전 공부는 "시간 안에 정확히 꺼내는" 훈련입니다.
순서가 거꾸로 되면 문제가 생깁니다.
유형만 많이 돌린 학생은 고3에서
더 이상 올라가지 않는 천장을 만나는 경우가 많아요.
처음 보는 조합 앞에서 꺼낼 서랍이 없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바닥이 깔린 학생에게
내신은 학교 선생님 수업의 세부 사항을 얹는 일이고,
생기부와 면접은 그 이해를 말로 꺼내는 일입니다.
네 개를 따로 준비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실력을 네 번 꺼내는 겁니다.
다만 실전 공부를 뒤로 미루라는 말은 아닙니다.
시간 재고 푸는 연습은 결국 따로 필요해요.
제 말은 순서가 바뀌면 안 된다는 것뿐입니다.
"문제집 몇 권 풀었니",
"선행 어디까지 나갔니"는
실력 공부가 되고 있는지 알려 주지 않습니다.
대신 이 두 가지를 물어봐 주세요.
1. 오늘 배운 걸 자기 말로 설명할 수 있니?
2. 틀린 문제, 왜 틀렸는지 말할 수 있니?
제 수업에서도 똑같이 합니다.
제가 끊임없이 질문하고 학생이 답하며,
클리닉 시간에도 개념을 꼭 구두로 물어봅니다.
말로 막히는 곳이 실력이 비어 있는 곳이거든요.
2학기 기말까지 이제 한 달 반 남짓입니다.
진도를 더 빼기 전에, 이번 학기 배운 공식 하나를
처음부터 유도해 보게 해 주세요.
막히는 그 지점이 다음 시험의 약점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일반고·자사고·특목고가
2028 대입에서 각자 어떤 길을 타야 하는지 이어서 보겠습니다.
2028 대입 개편 내용은 교육부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확정안」(2023.12.27.) 기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