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 다시 읽기 지난 편에서는
외고 3년 내신이 사실은
중2 함수에서 먼저 갈린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오늘은 요즘 상담에서 부쩍 늘어난 질문입니다.
"선생님, 이제 수능이 문·이과 똑같다면서요.
그럼 외고 가서도 정시로 의대
갈 수 있는 거 아니에요?"
반은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나머지 반을 모르고 외고를 고르면
고2쯤 시간표 앞에서 당황하게 됩니다.
오늘은 열린 문과 아직 닫혀 있는 문을 나눠 보겠습니다.
교육부의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확정안』을 보면
2028 수능부터 국어·수학·탐구의
선택과목이 없어집니다.
지금 고2가 치르는 수능부터입니다.
수학은 대수, 미적분Ⅰ, 확률과 통계
세 과목을 모두가 똑같이 봅니다.
탐구도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모두 응시하고요.
물리학Ⅰ, 화학Ⅰ 같은 과목은 수능에서 빠졌습니다.
그러니 "외고생도 이공계 학생과 같은 시험을 본다"는 말은
제도상으로 틀린 말이 아닙니다.
예전처럼 이과 수학을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으니
수능만 놓고 보면 출발선이 같아졌습니다.
그런데 확정안에는 이런 문장도 있습니다.
미적분Ⅱ와 기하를 수능에서 뺀 이유가
고교학점제를 통해 심화수학 학습 결과를
대학이 평가할 수 있으므로였습니다.
수능에서 뺀 자리를 학교 이수 기록으로 옮긴 셈이죠.
실제로 대학들이 그 기록을 보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앙대 입학처가 낸
2028 이수 권장과목을 보면
기계공학부·전자전기공학부 등은
수학에서 미적분Ⅱ, 기하,
과학에서 물리학·화학,
역학과 에너지 같은 과목을 권합니다.
의학부는 미적분Ⅱ·기하에 생명과학·화학까지 권하고요.
물론 권장이지 지원 자격은 아닙니다.
인문계열은 따로 권장과목을
두지 않는다고도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성적이라면 대학이 누구를
더 반가워할지는 짐작이 가시죠.
외고는 교육과정의 무게가 언어 쪽에 실려 있어서
수학·과학 진로선택 과목을 넉넉히 듣기 어렵습니다.
학교마다 편성이 다르니
희망 학교의 교육과정 편성표를 꼭 확인해 보셔야 합니다.
여기서 수학 이야기를 하나 하겠습니다.
수능 범위인 미적분Ⅰ은
다항함수의 미분과 적분까지 다룹니다.
(x³)′ = 3x² 같은 계산이죠.
반면 (eˣ)′ = eˣ, (sin x)′ = cos x처럼
지수·삼각함수를 미분하는 건 미적분Ⅱ입니다.
그리고 대학 공대 1학년 미적분학은
대부분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그러니까 수능만 준비한 외고생은
시험에는 붙어도, 대학 첫 학기에
다른 친구들이 고2 때 배운 걸 처음 만나게 됩니다.
대학이 미적분Ⅱ를 권장하는 이유가
입시 변별이 아니라 입학 후 수업 때문이라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꼭 말씀드리고 싶은 건,
통합 수능으로 외고생이 이공계 정시에서
어떤 결과를 낼지는 아직 데이터가 없다는 점입니다.
지금 고2가 내년 11월 첫 통합 수능을 치르고,
그 정시 결과가 나와야 처음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저는 중3 학생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이공계가 목표라면
외고는 돌아가는 길일 수 있다."
"어문·사회가 목표인데 수학도 된다면,
외고에서 귀한 학생이 된다."
외고에서 수학까지 놓치지 않는 학생은 드뭅니다.
그래서 그 학생이 어디서든 앞에 설 수 있는 겁니다.
문이 열렸는지 보다 먼저,
우리 아이가 어느 문으로 걸어갈지를 정해 보세요.
다음 편은 시리즈의 마지막,
자기소개서와 면접에서 떨어지는 아이들의 공통점입니다.
12월 원서 시즌 전에 꼭 짚어 두겠습니다.
수능 과목은 교육부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확정안」(2023.12.27.) 기준입니다.
권장과목은 중앙대 입학처 「2028학년도 대학입학전형 학문단위별 이수 권장과목」 기준이며,
대학 사정에 따라 바뀔 수 있으니 지원 대학 입학처 안내를 꼭 직접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