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 다시 읽기 지난 편에서는
수학이 약해서 외고를 고민하는 경우를
손익계산서로 펼쳐 봤습니다.
오늘은 약속드린 대로
외고 3년, 내신은 어디서 갈라지나를
학년별로 짚어 보겠습니다.
외고에 다니는 학생 어머님들께
가장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전공어는 곧잘 하는데
수학 점수가 학기마다 조금씩 내려가요."
저는 이 말이 나오면
전공어 성적보다 시간표를 먼저 봅니다.
외고 내신이 갈리는 곳은 의외로
수학을 지킬 시간이 있느냐인 경우가 많거든요.
지난 편에서 본 대로 외고는 교육과정부터 다릅니다.
총론 기준으로
외국어 계열 과목을 68학점 이상,
그중 전공 외국어를 60% 이상 편성합니다.
학교마다 세부 편제는 다르지만
시간이 언어 쪽으로 쏠리는 구조는 같습니다.
고1은 그래도 공통 과목이라
수학도 다른 학교와 비슷하게 배웁니다.
이때 중학교에서 덮고 온 구멍이 처음 드러납니다.
고2부터는 전공어와 언어 과목이 본격적으로 늘고,
수행평가도 그쪽에 몰립니다.
"수행 끝나면 수학 할게요."가
가장 많이 나오는 시기예요.
고3이 되면 만회할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1, 2학년 내신이 쌓여 있고
수학은 그 사이 벌어진 만큼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러니 외고 내신이 갈리는 지점은
전공어를 얼마나 잘하느냐보다,
남는 시간에 수학을 지키느냐에 가깝습니다.
여기서 수학 강사로서
꼭 드리고 싶은 얘기가 있습니다.
고1 때 수학이 흔들리는 학생들을 보면
원인이 고1 단원이 아니라
중학교 함수인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숫자로도 비슷한 흐름이 보입니다.
서울시교육청이 2024년 11월에
초4·초6·중2·고1 약 9만 4천 명을 대상으로 한
『2024 서울 학생 문해력·수리력 진단검사』 결과입니다.
기초 수리력에 못 미친 1수준 비율이
[초6 5.59%에서 중2 12.42%]로,
두 배 넘게 뛰었습니다.
고1은 13.68%였고요.
초등학교 때 괜찮던 아이가
중학교 구간 어딘가에서 미끄러진다는 뜻이죠.
그리고 제가 수업에서 보는 그 '어딘가'는
대부분 함수입니다.
중2에서 y = 2x − 4의 그래프를 그립니다.
x축과 만나는 점이 x = 2이고,
그 오른쪽에서는 그래프가 x축 위에 있습니다.
고1에서는 x² − 2x − 3 > 0을 풉니다.
교과서 풀이는 인수분해지만
결국 묻는 건 하나입니다.
"이 포물선이 x축 위에 있는 구간이 어디냐."
답은 x < −1 또는 x > 3입니다.
직선이 포물선으로 바뀌었을 뿐,
같은 그림을 묻고 있습니다.
중학교 때 그래프를 그림으로 이해한 학생은
고1 부등식이 반갑고,
공식으로만 넘긴 학생은
완전히 새 단원처럼 느낍니다.
외고생에게 한 가지 더 덧붙여보겠습니다.
바로, 달력 이야기입니다.
1년은 52주입니다.
예를 들어 시험 한 번에 3주씩 대비하고,
1년에 네 번 시험을 본다고 해 보죠.
그러면 시험 대비 기간은 12주,
나머지 40주가 남습니다.
시험 기간에만 수학을 하면
1년의 대부분이 비어 있는 셈이에요.
외고처럼 시험 기간에 전공어까지 겹치는 학교라면
평소의 40주에서 수학을 지키는 학생이
결국 내신에서 앞서게 됩니다.
외고를 준비하는 중3이라면
합격 뒤 겨울이 함수를 다시 잡을 마지막 여유입니다.
이 네 가지만 스스로 점검해 보세요.
1. 일차함수의 그래프가
왜 직선의 형태로 나오는지 설명할 수 있는가
2. 두 그래프의 교점이
왜 연립방정식의 해인지 말할 수 있는가
3. 이차함수의 그래프가 그려지는 원리를
설명할 수있는가
4. 부등식을 '그래프가 x축 위냐 아래냐'로
설명할 수 있는가
하나라도 막히면 그 자리가 출발점입니다.
제 수업에서도
이런 건 제가 질문하고, 학생이 말로 답하게 해서
반드시 확인합니다.
말로 설명이 되면, 고1 수학은 훨씬 덜 무섭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통합 수능이 외고에 연 문,
그리고 아직 닫혀 있는 문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수리력 수치는 서울시교육청 「2024 서울 학생 문해력·수리력 진단검사 결과」(2025.1.14. 보도자료) 기준이며,
이 검사는 교과 기초학력 평가가 아니라 역량을 측정하는 진단도구입니다.
외고 편성 기준(외국어 계열 68학점 이상·전공 외국어 60% 이상)은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국가교육위원회 고시 제2024-3호) 기준이며,
학교별 실제 편제는 각 학교 교육과정을 꼭 직접 확인하세요.
52주 계산은 설명을 위한 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