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편에서는
같은 '충족'이라도 버티는 힘이 다르다
라는 얘기를 했습니다.
성적표가 나오면
표의 마지막 칸을 실제 등급으로
다시 채워 보시라고도 했고요.
9월 모의평가 성적표, 이제 다 받으셨죠.
그런데 성적표를 들고 오신 자리에서
저는 이런 말을 자주 듣습니다.
"이번엔 좀 아쉬운데요,
그래도 국어는 3월에 2등급이었고
수학은 5월에 2등급 나왔어요.
영어는 6월에 1등급이었고요.
원래 실력은 그 정도예요."
틀린 말은 하나도 없습니다.
전부 실제로 받은 등급이니까요.
문제는 그 세 등급이
같은 날 한 장에 찍힌 적이 없다는 겁니다.
3월의 국어, 5월의 수학, 6월의 영어.
회차마다 제일 잘 나온 과목만 골라
머릿속에서 이어 붙인 거죠.
저는 이걸 최고 기록 성적표라고 부릅니다.
달리기로 치면 구간별 최고 기록만 더해서
완주 기록이라고 말하는 셈이에요.
기분은 좋은데, 그 기록으로 뛴 날은 없습니다.
수능 최저는 그렇게 계산되지 않습니다.
대학은 11월 19일 하루에 나온
성적표 한 장을 통째로 놓고 봅니다.
최저는 과목별 최고 기록이 아니라
한 회차를 통째로 놓고 따져야 합니다.
그래서 지난 편의 표 옆에 표를 하나 더 그립니다.
세로에는 치른 시험,
가로에는 최저가 있는 카드.
칸에는 그 회차 성적 그대로
충족이면 O, 아니면 X만 적습니다.
학교마다 치른 시험이 다르니
실제로 본 회차만 적으면 됩니다.
가상의 학생으로 해 보겠습니다.
최저가 걸린 카드는 세 장입니다.
A대학은 2개 영역 합 5 이내,
B대학은 3개 영역 합 7 이내,
C대학은 수학 포함 2개 영역 합 4 이내.
이 학생의 등급을 국어·수학·영어·탐구 순으로 적으면
3월은 2·4·3·3, 5월은 4·2·3·3,
6월은 3·3·1·4, 9월은 3·3·2·3입니다.
앞의 그 '최고 기록'으로 계산하면
세 장 모두 넉넉하게 충족이에요.
그런데 회차별로 쳐 보면 이렇습니다.
3월 : A대 O · B대 X · C대 X
5월 : A대 O · B대 X · C대 X
6월 : A대 O · B대 O · C대 O
9월 : A대 O · B대 X · C대 X
A대학은 네 번 모두 O입니다.
B대학과 C대학은 6월 딱 한 번이고,
그것도 영어 1등급이 나온 날이었습니다.
'한 번 충족'과 '반복 충족'은
같은 O가 아닙니다.
머릿속에서는 세 장이 다 살아 있었지만
표 위에서 믿을 수 있는 건 A대학 한 장이에요.
여기서 끝내면, '겁만 주는 글'이 되겠죠.
수학 선생은 이다음 계산을 더 좋아합니다.
9월 실제 등급 3·3·2·3에서
한 과목만 한 등급 올리면
B대학과 C대학 중 몇 장이 살아나는지 세는 겁니다.
국어 3→2 : B대학만 충족, 한 장
수학 3→2 : B대학·C대학 충족, 두 장
영어 2→1 : B대학·C대학 충족, 두 장
탐구 3→2 : B대학만 충족, 한 장
같은 한 등급인데 값이 다릅니다.
C대학에 '수학 포함' 조건이 붙어 있어서
국어나 탐구를 올려도 C대학은 그대로거든요.
그러면 질문이 바뀝니다.
"공부를 더 해야죠."가 아니라
어느 과목 한 등급이 몇 장을 살리나로요.
이 학생에게는 수학과 영어가 두 장짜리입니다.
둘 중 어디에 걸지는 성적표를 한 번 더 봐야 합니다.
영어는 절대평가라 성적표에 등급만 나오고,
다른 수험생과 상관없이 내 점수로 등급이 정해집니다.
6월에 1등급을 받아 본 기록도 있고요.
수학은 성적표에 백분위가 같이 찍히니
2등급 문턱에 붙은 3인지,
한참 떨어진 3인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지금은 약한 과목부터 메우라는 조언도 많이 듣습니다.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이 표에서 탐구가 제일 아쉬워 보여도
탐구 한 등급은 한 장만 살립니다.
49일은 약한 순서가 아니라
살리는 장수 순서로 쓰는 편이 낫습니다.
합격을 좌우하는 건 크게 세 가지입니다.
제도, 함께 지원한 학생들, 그리고 우리 아이.
앞의 둘은 원서를 낸 순간 이미 정해졌습니다.
지금 바꿀 수 있는 건 아이의 수능 성적뿐이에요.
모의평가는 판정에 쓰이지 않습니다.
수능까지 49일 남았습니다.
이번 주 안에 회차별 O, X 표를 먼저 그리고,
그 아래에 '한 등급 → 살아나는 장수'를
과목별로 한 줄씩 적어 보세요.
그 네 줄이 남은 49일의 시간표가 됩니다.
다음 편은 이 시리즈의 마지막입니다.
면접, 다섯 질문의 답변 구조부터 잡는 얘기를 해 보겠습니다.
예시의 A·B·C대와 학생의 등급은 설명을 위한 가상의 사례입니다.
최저 기준과 탐구 반영 방법(1과목·2과목 평균 등)은 대학·모집단위마다 다르니
지원하신 대학의 2027학년도 모집요강을 꼭 직접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