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편에서는 65.5대 1이
실질 16대 1이 되는 과정을 따라가 봤습니다.
경쟁자의 상당수가 수능 최저에서 걸러진다는 얘기였죠.
오늘은 그 최저를 우리 아이 쪽에서 들여다보겠습니다.
내일(29일) 9월 모의평가 성적표가 나옵니다.
이번 주 상담은 거의 이 말로 시작합니다.
"선생님, 가채점해 보니
여섯 장 다 최저는 맞췄어요.
이제 좀 안심해도 되죠?"
저는 여기서 표를 하나 그려 보자고 합니다.
원서를 쓸 때는 한 장씩 따지는 게 맞았습니다.
이 대학은 상향, 이 학과는 적정, 하는 식으로요.
그런데 원서가 다 나간 지금은
여섯 장을 한 판에 펼쳐야 보이는 게 있습니다.
종이 한 장에 칸을 네 개 만듭니다.
대학, 전형, 수능 최저 기준,
그리고 지금 상태.
마지막 칸에는 "충족"이라고 쓰지 말고
9모 가채점 기준 충족이라고 적어 주세요.
대학이 보는 최저는 11월 19일 수능 성적으로 정해집니다.
9모는 그 날의 예고편일 뿐이에요.
칸을 다 채우면 여섯 장을 네 무리로 나눕니다.
1. 여유 있게 충족하는 카드
2. 딱 맞춰서 충족하는 카드
3. 한 등급이 모자란 카드
4. 최저가 없는 카드
어머님들은 대개 3번을 제일 걱정하십니다.
그런데 제가 가장 오래 들여다보는 건
2번, 딱 맞춘 카드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수학 선생 버릇이 나옵니다.
경우의 수를 세어 보는 거죠.
가상의 A대학 최저가
국어·수학·영어·탐구(1과목) 중
2개 영역 등급 합 5 이내라고 해 보겠습니다.
"저 9모에서 2합 5 됐어요."
이렇게 말하는 학생 둘이 있습니다.
첫째 학생은 국어 3, 수학 2, 영어 3, 탐구 4.
둘째 학생은 국어 2, 수학 3, 영어 2, 탐구 3.
첫째 학생이 5를 만드는 조합은
수학+국어, 수학+영어, 딱 두 가지입니다.
둘째 학생은 국어+영어가 4이고,
합 5가 되는 조합도 네 가지나 됩니다.
모두 다섯 가지예요.
이제 수능 날 한 과목이
한 등급씩 미끄러진다고 해 봅시다.
둘째 학생은 어느 과목이 흔들려도
남은 조합으로 5가 만들어집니다.
첫째 학생은 국어나 영어가 흔들리는 건 버티지만,
수학이 3으로 내려가는 순간
가능한 조합이 하나도 남지 않습니다.
둘 다 '충족'이지만,
한 명은 기둥이 다섯 개고 한 명은 하나입니다.
한 조합으로만 맞추는 최저와
여러 조합으로 맞추는 최저는 같은 상태가 아닙니다.
표를 채워 보면 신기하게도
딱 맞춘 카드들이 같은 과목 하나에
기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학생들 중에는 그게 수학인 경우가 꽤 됐고요.
그러면 질문이 바뀝니다.
"공부를 더 해야 하나요?"가 아니라
그 기둥을 어떻게 지킬까로요.
수학이 기둥이라면 지금은 새 유형을 넓힐 때가 아니라
맞히던 문제를 수능 날에도 맞히는 연습이 먼저입니다.
실수로 날리는 한두 문제가
등급 하나를 가르는 일이 흔하거든요.
반대로 여유 있게 충족한 카드만 모여 있다면,
그 시간을 면접이나 논술 쪽으로 돌려도 됩니다.
저는 조금 다르게 보는 부분도 있습니다.
3번, 한 등급 모자란 카드를 먼저 포기하라는 조언을 종종 듣는데,
표를 보면 그 카드가 2번 카드와
같은 과목을 기다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그 과목 한 등급이 두 장을 같이 살립니다.
포기는 표를 다 그린 다음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수능까지 52일 남았습니다.
내일 성적표가 나오면
표의 마지막 칸을 가채점이 아니라
실제 등급으로 다시 채워 보세요.
다음 편에서는 3월·6월·9월 성적을
머릿속에서 합쳐 버리는 착시,
'존재한 적 없는 성적표'를 다뤄 보겠습니다.
예시의 A대학과 두 학생은 설명을 위한 가상의 사례입니다. 최저 기준과 탐구 반영 방법(1과목·2과목 평균 등)은 대학·모집단위마다 다르니 지원하신 대학의 2027학년도 모집요강을 꼭 직접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