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서 접수가 끝난 지 열흘이 넘었는데
상담 전화의 첫마디는 거의 똑같습니다.
"선생님, 저희 과가
작년보다 경쟁률이 올랐어요.
이건 그냥 접어야 하는 걸까요?"
그 마음은 충분히 압니다.
저도 이맘때면 하루에 몇 번씩
같은 질문을 받으니까요.
다만 저는 늘 같은 걸 되묻습니다.
그 숫자 안에 누가 들어 있는지 보셨느냐고요.
경쟁률은 몇 명이 원서를 냈는지는 알려주지만
그 사람들이 누구인지는 말해주지 않습니다.
지난 9월 8일에 평가원이
2027학년도 수능 응시원서 접수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전체 지원자는 551,864명.
전년보다 오히려 2,310명 줄었습니다.
숫자만 보면 "좀 수월해졌나" 싶죠.
그런데 안을 열어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재학생은 355,391명으로 16,506명 줄었고,
졸업생은 173,706명으로 13,784명 늘었습니다.
검정고시 등까지 합치면
재학생이 아닌 지원자가 196,473명,
전체의 35.6%입니다.
총량은 줄었는데 구성이 바뀐 겁니다.
같은 55만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N수생이 늘었으니 끝났다"는 건 아닙니다.
졸업생이라고 다 상위권도 아니고,
영어처럼 절대평가인 과목은
경쟁자가 는다고 등급이 밀리는 구조가 아니니까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하나입니다.
숫자는 총량이 아니라 구성을 봐야 한다는 것.
경쟁률도 정확히 같은 이야기입니다.
경희대가 직접 공개한
2026학년도 전형 통계를 하나 보겠습니다.
논술우수자전형 사회학과입니다.
모집 4명에 지원 262명.
접수 경쟁률은 65.5대 1입니다.
이 숫자만 보면 쳐다보기도 싫죠.
그런데 같은 표의 오른쪽 끝에
대학이 칸을 하나 더 만들어 뒀습니다.
논술에 실제로 응시하고
수능 최저까지 충족한 인원, 64명.
그래서 대학이 적어 놓은 실질 경쟁률은
65.5대 1이 아니라 16대 1입니다.
262명 중 198명은
시험장에 오지 않았거나
최저를 넘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경쟁자의 4분의 3이
논술을 보기도 전에 사라진 겁니다.
여기서부터가 제가 진짜 하고 싶은 얘기입니다.
같은 표를 계열별로 훑어보면
최저 충족률이 전혀 고르지 않습니다.
방금 본 사회학과는 24.4%였는데
수학과는 37.8%, 기계공학부는 40.0%입니다.
가장 낮은 곳은 한의예과(인문)로
지원 2,600명 중 10.3%만 남았습니다.
520대 1이 53.8대 1이 된 거죠.
물론 과마다 최저 기준이 다르니
이 비율을 그대로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제가 상담에서 보는 장면은 비슷합니다.
인문계열을 쓴 학생일수록
논술 실력이 아니라 최저에서 먼저 걸립니다.
그리고 그 최저를 마지막에 붙잡거나
놓치는 과목은 대체로 수학입니다.
국어와 탐구는 회차마다 출렁이는데
수학은 한번 궤도에 올려놓으면
그 등급이 잘 안 내려가거든요.
수능까지 57일 남았습니다.
이제 경쟁률은 바꿀 수 없습니다.
작년 입결을 더 파본다고
이미 낸 원서가 바뀌지도 않고요.
대신 64명 안에 남는 일은
지금도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저라면 오늘 원서 여섯 장을 펼쳐 놓고
각 대학 최저에서 수학이 몇 등급이어야 하는지부터
한 장씩 적어 보겠습니다.
그 숫자가 나오면
남은 두 달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생각보다 훨씬 구체적으로 보입니다.
막연히 "다 올리자"가 아니라
어느 과목 한 등급이 몇 장을 살리는지가 보이거든요.
다음 편에서는 그 여섯 장을
한꺼번에 펼쳐 놓고 분류하는 법을
자세히 써 보겠습니다.
본문의 지원자 수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원서 접수 결과」(2026. 9. 8.), 경쟁률·충족률 수치는 경희대학교 입학처 「2026학년도 입학전형 통계자료」 원문에서 확인한 것입니다. 최저 기준과 반영 방법은 대학·모집단위마다 다르니 지원하신 대학의 모집요강을 꼭 직접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