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편 마지막에, 오늘은 논술 경쟁률을 따져 보겠다고 적어 뒀습니다.
"선생님,
논술은 경쟁률이 50대 1이던데
그건 그냥 버리는 카드 아닌가요?"
이번 주에만 세 번 들은 질문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 의견 말고,
대학이 직접 만든 표를 한 장 펼쳐 보겠습니다.
홍익대학교가 올해 5월에 낸
「2027학년도 HI 논술 가이드북」에는
작년 논술 결과가 표로 들어 있습니다.
학원이 '추정'한 숫자가 아니라,
대학이 자기 이름을 걸고 낸 자료예요.
서울캠퍼스 전체를 보면 이렇습니다.
모집 384명에 지원자 12,962명, 경쟁률 33.76 대 1.
그런데 바로 옆 칸에 대학이 '실질경쟁률'이라는 이름으로 9.38 대 1을 같이 적어 놨습니다.
수업 시간처럼 곱해 보겠습니다.
9.38 × 384 = 약 3,600명.
원서를 낸 12,962명 중에
끝까지 남은 사람은 3,600명 남짓이었다는 뜻입니다.
열 명 중 일곱 명이 사라진 셈이에요.
경쟁률로 치면 딱 3.6분의 1로 줄었습니다.
경영학부는 더 극적입니다.
48명 뽑는 자리에 2,566명이 몰려 53.46 대 1이었는데, 실질은 13.08 대 1이었어요.
사라진 사람들은 두 부류입니다.
논술 당일 시험장에 오지 않은 사람,
그리고 수능 최저를 못 맞춘 사람.
가이드북 Q&A에도 대학이 못을 박아 뒀습니다
논술을 아무리 잘 봐도
최저를 못 채우면 합격 대상 자체가 되지 않는다고요.
"그럼 실제로는 9대 1이니까 해볼 만하네요"
라고 넘어가시면 곤란합니다.
빠져나간 9,000여 명은
애초에 경쟁자가 아니었던 사람들이에요.
남아 있는 3,600명은
최저를 채웠고, 그날 아침 시험장까지 걸어 들어온 사람들입니다.
분모가 줄어든 게 아니라,
물이 빠지고 알맹이만 남은 겁니다.
그러니 이 계산의 결론은
"쉽다"가 아니라 이쪽이어야 합니다.
논술의 진짜 커트라인은
논술 실력이 아니라 수능 최저입니다.
같은 표의 맨 오른쪽 칸이 재미있습니다.
서울캠퍼스 최종 등록자의 교과 등급 평균이 4.06이에요.
세종캠퍼스는 5.48이고요.
내신 4등급, 5등급이 논술로 들어갔다는 뜻입니다.
왜 가능한지는 모집요강 환산표를 열어 보면 바로 나옵니다.
한국공학대학교 2027학년도 논술전형은
논술 400점에 학생부 100점, 총 500점 구조입니다.
석차등급 환산점수가 1등급 100점, 5등급 96점이에요.
1등급과 5등급의 차이가 500점 만점에 4점입니다.
그 대학 수리논술은 아홉 문항인데,
한 문항이 10점이고 여기에 1.5를 곱해 반영합니다.
문항 하나가 실제로는 15점짜리라는 얘기죠.
읽으신 그대로입니다.
내신 네 등급 차이가 논술 한 문항의 3분의 1도 안 됩니다.
경기대학교도 구조가 비슷합니다.
논술 90점에 학생부 10점인데, 환산점수가 1등급 100점 5등급 90점이라 총점 100점 중 1점 차이로 들어옵니다.
작년 이맘때 상담 온 학생이 생각납니다.
내신이 4등급 후반이라 논술은 아예 안 쓰겠다고 하더군요.
같이 앉아서 환산표대로 자기 점수를 직접 계산하게 했더니 표정이 바뀌었습니다.
깎이는 게 1점도 안 됐거든요.
원서접수는 다음 주 월요일 9월 7일부터 금요일 11일까지입니다.
주말 포함해 사흘 남았어요.
이 사흘 동안 두 가지만 계산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홍익대 서울캠퍼스는
2027학년도 기준 국어·수학·영어·탐구 중
2개 영역 등급 합 5, 한국사 4등급입니다.
2등급 하나에 3등급 하나면 충족되는 기준이에요.
경쟁률 숫자를 보고 카드를 접는 건
이 계산을 마친 뒤에 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다음 편이 이 시리즈의 마지막입니다.
'마지막 9등급제'라는 말 때문에
원서 여섯 장을 전부 하향으로 채우려는 분들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이 글의 수치는 홍익대학교 「2027학년도 HI 논술 가이드북」과 한국공학대학교·경기대학교의 2027학년도 수시 모집요강 원문에서 확인한 것입니다.
다만 '실질경쟁률'의 정확한 산출식은 가이드북에 명시돼 있지 않습니다.
대학마다 반영비율과 환산표가 다르니 지망 대학 모집요강을 반드시 직접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