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편 마지막에 오늘은 가채점 이야기를 하겠다고 적어 뒀습니다.
"선생님,
6월보다 훨씬 열심히 했는데
등수가 더 떨어졌어요."
어제 시험 끝나고 밤 열한 시에 온 메시지입니다.
매년 이맘때 거의 똑같은 문장을 받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위로 대신 숫자를 먼저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어제 치른 9월 모의평가 지원자는 50만 128명입니다.
6월 모의평가는 48만 8,343명이었고요.
그런데 안을 뜯어보면 이야기가 좀 다릅니다.
재학생은 오히려 3,209명 줄었습니다.
늘어난 쪽은 졸업생입니다
9만 6,931명에서 11만 1,925명으로,
석 달 만에 1만 4,994명이 더 들어왔어요.
수학을 가르치는 사람 입장에서 이건 아주 단순한 문제입니다.
백분위는 내가 몇 점을 받았느냐가 아니라,
나보다 아래에 몇 명이 있느냐로 정해집니다.
분모도 바뀌고 분자도 바뀌었는데
등수만 그대로이길 바라는 건 앞뒤가 안 맞습니다.
6월에 3등급이던 아이가
어제 비슷한 점수를 받고 4등급이 됐다면,
그 아이는 떨어진 게 아니라 제자리에 서 있었던 겁니다.
시험장에 사람이 더 들어왔을 뿐이고요.
여기서 한 번 브레이크를 걸겠습니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기사 제목이 온통 N수생 이야기던데요.
저는 그 말을 반만 받아들입니다.
평가원이 같이 낸 표를 보면,
최근 4년 9월 모평 중 졸업생 인원이 올해가 가장 많은 건 맞습니다.
하지만 전체 지원자는 작년 9월 모평(51만 5,900명)보다
오히려 1만 5,772명 적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그 졸업생들이 상위권에 몰려 있는지 아닌지는,
평가원이 발표하지 않습니다.
저는 확인되지 않은 걸 확인된 것처럼 말하지 않겠습니다.
확실한 건 하나뿐이에요
집단이 바뀌었다는 사실.
여기가 진짜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어제 시험의 성적 통지일은 9월 29일입니다.
그리고 수시 원서접수는 9월 7일부터 11일까지예요.
읽으신 그대로입니다.
성적표가 나오기 18일 전에 원서 여섯 장이 이미 마감됩니다.
그러니 올해도 원서는 가채점으로 쓰는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그 가채점을 읽는 방식이에요.
지금 커뮤니티에 도는 등급컷은 전부 추정치입니다.
어젯밤에 본 숫자와 오늘 아침 숫자가 다를 거고,
주말에 또 달라집니다.
작년 이맘때 상담 온 학생이 있었습니다.
가채점표를 들고 왔는데, 커뮤니티 등급컷 한 줄을 보고
원서 두 장을 급하게 하향으로 바꾸려던 참이었어요.
그 컷은 결국 실제 성적표에서 한 칸 내려갔습니다.
멀쩡한 카드 두 장을 추정치 때문에 버릴 뻔한 겁니다.
그래서 지난 편에서 드린 말씀을 한 번 더 붙이겠습니다.
가채점표에서 확인할 것은 '몇 등인가'가 아니라,
'이 조합으로 최저를 맞출 수 있는가'입니다.
등수는 응시 집단이 바뀔 때마다 흔들리는 상대적인 숫자입니다.
반면 수능 최저는 등급 몇 개의 합이라는 절대 기준이에요.
원서를 거는 자리는 흔들리지 않는 쪽이어야 합니다.
수능은 11월 19일 목요일입니다.
오늘부터 세면 77일 남았어요.
어제 시험은 결승선이 아니라
77일 전 중간 점검이었습니다.
원서 여섯 장은 다음 주 금요일이면 손을 떠납니다.
남은 며칠은 등급컷 새로고침 말고,
아이 가채점표로 최저 조합을 두세 번 계산해 보는 데 쓰시면 좋겠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논술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경쟁률 70대 1이라는 숫자 앞에서 원서를 접는 분들이 많은데,
그 70이 실제로 몇 명인지 따져 보겠습니다.
이 글의 모평 지원자 수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 실시」(2026. 8. 25.) 보도자료 원문 기준입니다.
원서접수 일정은 대교협 「2027학년도 대학입학전형기본사항」 기준이며,
대학별 접수일은 각 대학 모집요강으로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