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편에서는 논술 환산표를 같이 펼쳐 놓고 계산했습니다.
오늘이 이 시리즈의 마지막 편입니다.
"선생님, 저 어차피 재수는 못 해요.
그러니까 여섯 장 다 안정으로 쓸게요."
이번 주에만 이 말을 세 번 들었습니다.
세 번 다 뒤에 붙는 이유가 똑같았어요.
"저희가 마지막 9등급제잖아요."
원서접수가 내일 월요일,
9월 7일에 시작해서 금요일 11일에 끝납니다.
그 전에 이 말부터 한번 뜯어보고 싶습니다.
사실인 것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2028학년도 대입부터 고교 내신이 5등급 체제로 바뀌었죠.
판이 바뀌는 건 사실입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그래서 네 학생부가 어떻게 환산되는데?"
라고 물으면 대답이 흐려져요.
대신 확인이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대교협 『2028학년도 대학입학전형기본사항』에는
학생부 온라인 제공 대상이 적혀 있습니다.
2026년 2월 졸업자부터 2028년 2월 졸업예정자까지는
고교에서 일괄 생성해 대학으로 보냅니다.
2027년 2월에 졸업하는 지금 고3은 이 범위 안에 들어 있어요.
같은 문서에, 대학별 2028학년도 전형시행계획 발표일도 있습니다.
2026년 4월 30일. 이미 지난 4월 말에 공표됐고,
대학은 그 내용을 홈페이지에 공개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니 재수가 걱정되신다면
할 일은 하나뿐입니다.
지망 대학 입학처에서 2028학년도 시행계획을 직접 열어 보세요.
수업처럼 계산해 보겠습니다.
지금 쓰는 숫자는 실제 입시 통계가 아니라 감각을 잡기 위한 가정입니다.
안정 지원 한 장의 합격 확률을 0.6이라고 둬 보죠.
여섯 장을 전부 안정으로 채우면
여섯 장이 모두 떨어질 확률은 0.4의 여섯 제곱, 약 0.4%입니다.
어디든 붙을 확률이 99.6%예요.
이제 그중 딱 한 장만 상향으로 바꿔 봅니다.
남은 안정 다섯 장이 전부 떨어질 확률은 0.4의 다섯 제곱, 약 1%.
어디든 붙을 확률이 99.0%로 내려갑니다.
차이가 얼마죠.
0.6퍼센트포인트를 내주고 상향 카드 한 장을 사는 겁니다.
곱셈이라 그렇습니다.
이미 충분히 작아진 수에 한 번 더 곱해 봐야 크게 달라지지 않아요.
그런데 반대쪽 계산은 아무도 하지 않습니다.
1편에서 짚었듯이 수시에 합격하면
등록을 하든 안 하든 정시에 지원할 수 없습니다.
대교협 기본사항에 그렇게 적혀 있어요.
그래서 여섯 장 전부 하향은 안전판이 아닙니다.
11월에 수능을 아무리 잘 봐도 정시로는 못 간다는 각서에,
9월에 미리 서명하는 셈입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늘 같은 걸 묻습니다.
"이 여섯 칸 중에 네가 12월에 후회할 것 같은 칸이 있니?"
그 질문에 눈이 흔들리면
그 칸은 아직 안 끝난 겁니다.
접수 기간에 가장 많이 무너지는 순간이 이겁니다.
경쟁률 페이지를 새로고침하다가
며칠 고민해 짠 여섯 장을 밤에 갈아엎는 것.
여기에도 구조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대교협 기본사항은 수시 원서접수를
9월 7일부터 11일 사이에 대학별로 3일 이상 실시하라고 정해 놨습니다.
대학마다 시작일도 마감 시각도 다르다는 뜻이에요.
같은 화요일 오후 세 시에 두 대학의 경쟁률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는 건,
서로 다른 시계를 보면서 누가 더 빠른지 따지는 것과 같습니다.
게다가 눈치 지원은 마감 직전에 몰립니다.
중간 경쟁률은 표본이 아니라 소음입니다.
경쟁률을 확인할 원서는 여섯 장 중 한두 장이면 충분합니다.
지원자 수에 따라 판단이 실제로 바뀌는 칸만요.
나머지 네다섯 장은 오늘 안에 확정하고,
접수 기간에는 손대지 마세요.
원서접수가 내일입니다.
오늘 하루 여섯 칸을 적어 놓고 두 가지만 표시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합격했을 때 정시를 포기해도 괜찮은 칸이 몇 개인지가 하나.
12월에 후회할 것 같은 칸이 있는지가 둘입니다.
다섯 편 동안 6장 규정부터 조합, 9월 모평, 논술 계산까지 왔습니다.
다음에는 지금 고2가 맞이할 2028학년도 판을 처음부터 다시 읽어 보려 합니다.
바뀐 판이 무조건 불리한 건 아니라는 이야기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이 글의 제도·일정 관련 내용은 대교협 『2027학년도·2028학년도 대학입학전형기본사항』 원문과
교육부 2023년 12월 27일 보도자료에서 확인한 것입니다.
등급별 비율 등 확인되지 않은 수치는 일부러 쓰지 않았습니다.
본문의 확률 계산은 실제 입시 통계가 아니라 설명을 위한 가정입니다.
대학별 반영 방법은 지망 대학 시행계획과 모집요강을 직접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