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편에서 예고한 그 공식 이야기를 오늘 하겠습니다.
"선생님,
상향 두 개 적정 두 개 안정 두 개로
짜 봤는데, 이 정도면 안전하죠?"
원서 시즌 상담에서 제일 많이 듣는 문장입니다.
엑셀로 표까지 정리해 오시는 어머님도 계세요.
정성이 담긴 표인 걸 알면서도,
저는 그 여섯 칸보다 먼저 확인하는 숫자가 따로 있습니다.
상향2·적정2·안정2가 왜 국민 공식이 됐는지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옵니다.
누가 짜 줘도 욕먹지 않는 배분이거든요.
상향이 붙으면 안목이 좋았던 거고,
안정만 붙어도 "그러니까 안정 넣길 잘했죠"가 됩니다.
그런데 아이들 패는 저마다 다릅니다.
정시 경쟁력이 확실한 아이는
여섯 장을 다 소신 지원하는 게 전략일 수 있습니다.
떨어져도 수능으로 가면 되니까요.
반대로 수능이 불안한 아이라면
안정을 세 장, 네 장 깔아야 맞습니다.
같은 공식이 모든 아이에게 맞다면,
그건 애초에 전략이 아니라 관행입니다.
상향이냐 적정이냐를 나눌 때 대부분 내신과 작년 입결만 봅니다.
그런데 실제 수시에서 무너지는 자리는 따로 있어요.
바로 수능 최저학력기준입니다.
최저가 걸린 전형은 아무리 서류가 좋아도
최저를 못 맞추면 그 자리에서 끝납니다.
논술이든 교과든, 최저 미충족으로 빠지는 인원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경쟁률 숫자가 무서워 보여도 실제 경쟁 상대는 그보다 훨씬 적은 이유가 여기 있고요.
그래서 저는 순서를 이렇게 바꿔야 한다고 봅니다.
'적정'인지 '상향'인지는 내신이 아니라,
그 전형의 최저를 맞출 수 있느냐가 정합니다.
최저를 못 맞추는 전형은 내신이 남아돌아도
상향이 아니라 그냥 못 가는 카드입니다.
여기부터가 수학 가르치는 사람의 직업병 같은 이야기인데요.
모평 성적표 세 장을 꺼내 놓고 과목별로 등급을 죽 적어 보세요.
3, 3, 3으로 고정된 과목이 있고,
2였다가 4였다가 하는 과목이 있을 겁니다.
최저 조합을 짤 때 많은 분들이
들쭉날쭉한 과목의 '잘 나온 날' 등급을 씁니다.
저는 반대로 계산합니다.
흔들리는 과목은 최악의 날 등급으로 넣고,
그래도 최저가 맞아야 진짜 안정입니다.
작년에 그걸로 두 장을 날린 학생이 있었습니다.
6월에 반짝 나온 등급으로 최저를 설계했는데,
수능날 그 과목이 미끄러지면서 서류를 볼 것도 없이 두 전형이 사라졌어요.
수능은 1년에 한 번뿐이라,
확률이 반반인 과목에 원서 두 장을 거는 건
설계가 아니라 내기입니다.
하나만 더 붙이면,
최저에 들어가는 탐구 과목 수나 반영 방식은 대학마다 다릅니다.
같은 등급표를 들고도 어느 대학은 맞고 어느 대학은 안 맞아요.
실명 최저 기준은
반드시 그 대학 2027 모집요강 원문으로 확인하셔야 합니다.
먼저 모평 세 번 기준으로
우리 아이가 '흔들려도 맞출 수 있는 최저'를 계산하고,
그 최저를 통과하는 전형만 후보에 올린 다음,
마지막에 상향과 안정을 배분하는 겁니다.
여섯 칸 표는 그때 채워도 늦지 않습니다.
원서접수가 9월 7일에 시작됩니다.
이번 주가 그 계산을 해 볼 마지막 주간이에요.
다음 편에서는 9월 모평 가채점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가채점 등수가 6월보다 떨어졌다고 우는 학생이 매년 있는데,
그게 왜 당연한 일인지 숫자로 보여드릴게요.
이 글의 지원 규정과 접수 일정은 대교협 「2027학년도 대학입학전형기본사항」 원문 기준입니다.
대학별 수능 최저 기준은 반드시 각 대학 2027 모집요강으로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