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우리 애 여섯 개 대학 어디 쓸지 정했어요."
저번 상담 때 고3 어머님이 하신 말씀입니다.
그런데 대화를 십 분쯤 하다 보니,
여섯 개 '대학'을 고르고 계셨더라고요.
수시 6장은 대학 여섯 개가 아닙니다.
전형 여섯 번입니다.
원서접수가 9월 7일에 시작됩니다.
요즘은 학원에서도 수업보다 원서 얘기가 더 많습니다.
그래서 오늘부터 며칠간,
원서 쓰기 전에 꼭 알아야 할 것들을 순서대로 정리해 드리려고 합니다.
재미없어 보여도 이것부터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전략을 잘 짜고도 규정을 틀려서 무너지는 경우를 실제로 봤거든요.
같은 대학에 교과전형 하나, 논술전형 하나를 쓰면 그게 벌써 두 장입니다.
대학 수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그래서 여섯 대학을 고르는 게 아니라,
여섯 번의 기회를 어디에 배분할지 정하는 문제입니다.
한 대학에 두 장을 쓰는 조합도 얼마든지 전략이 됩니다.
반대로 6회를 넘기면 어떻게 될까요.
넘긴 지원은 무효 처리됩니다.
그리고 전형이 다 끝난 뒤에도 전산으로 걸러냅니다.
위반이 확인되면 입학 자체가 무효가 됩니다.
학부모님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시는 부분입니다.
"붙어도 등록 안 하면 정시 쓸 수 있는 거 아니에요?"
안 됩니다.
수시는 최초 합격이든 충원 합격이든, 등록을 하든 안 하든,
붙는 순간 정시와 추가모집 지원이 막힙니다.
전화를 안 받으면 되지 않냐고 물으시는 분도 계신데요.
충원 합격은 홈페이지 명단 발표로도 처리되기 때문에,
전화를 못 받았다고 합격이 없던 일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12월 말 충원 기간에는 모르는 번호도 받으셔야 하고,
'정시로 더 높이 가겠다'는 계획이라면
애초에 붙어도 아깝지 않은 선까지만 수시를 써야 합니다.
작년에 이 규정 때문에 12월에 우는 학생을 봤습니다.
성적이 올라서 정시로 두 단계 위 대학이 보였는데,
안정으로 쓴 수시에 충원 합격이 돼 버린 겁니다.
수시 원서는 '붙으면 갈 대학'만 쓰는 겁니다.
6회 제한 밖에 있는 학교들이 있습니다.
KAIST 같은 과학기술원들(GIST·DGIST·UNIST 포함),
사관학교, 경찰대학은 특별법으로 설치된 학교라 6장에 안 들어갑니다.
여기는 합격해도 정시 지원이 가능합니다.
전문대도 6회 제한과는 별개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두 가지를 조심하셔야 합니다.
하나, 포항공대는 예외가 아닙니다.
이름 때문에 과기원 같은 느낌이지만 일반 사립대라 6장 안에 듭니다.
둘, 전문대는 6장 밖이지만 '수시 합격 시 정시 불가' 규정은 똑같이 적용됩니다.
전문대 수시에 붙으면 4년제 정시를 못 씁니다.
6장이 아니라고 가볍게 썼다가 여기에 발이 묶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날짜도 같이 적어두시면 좋겠습니다.
1. 원서접수는 9월 7일부터 11일 사이, 대학별로 3일 이상입니다.
대학마다 접수 마감일이 다르니 지원할 대학의 일정은 따로 확인하셔야 합니다.
2. 합격자 발표는 12월 18일까지,
3. 등록은 12월 21일부터 23일.
4. 충원 합격 통보는 12월 24일부터 29일 오후 6시까지 이어집니다.
여기에 하나만 더 붙이자면,
저는 6장을 꼭 다 채우라고 권하지는 않습니다.
붙어도 안 갈 대학을 장수 채우려고 쓰는 것만큼
위험한 원서가 없거든요.
규정을 알고 나면 6장이 '기회 여섯 번'이 아니라
'약속 여섯 번'이라는 게 보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그 유명한
'상향2·적정2·안정2' 공식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그 공식, 과연 누구를 위한 공식일까요.
이 글의 규정과 날짜는 대교협 「2027학년도 대학입학전형기본사항」 원문을 확인하고 썼습니다.
세부 사항은 각 대학 모집요강이 우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