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 대입, 다시 그린 지도 지난 편에서는
일반고·자사고·특목고가
각자 다른 길 위에 서 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오늘은 시리즈 마지막 편,
그 길 위에서 대학이 실제로 무엇을 읽는지입니다.
"선생님, 기하는 수능에 안 나오잖아요.
그래도 꼭 들어야 해요?"
요즘 고1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학교마다 내년 과목 선택을 슬슬 받는 시기라
교육과정 편성표를 들고 오는 아이들이 많거든요.
학교에 개설된 과목 중에서,
관심 가는 쪽으로,
조금 더 어려운 과목을.
복잡한 표를 여러 장 보여 드릴 수도 있지만,
저는 상담할 때 결국 이 한 문장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이게 제 생각만은 아니라는 근거가
대학 문서에 그대로 적혀 있습니다.
『연세대 2028학년도 전공연계과목 선택 가이드라인』에는
평가 원칙이 따로 나와 있습니다.
특정 과목의 이수 여부만으로 평가하기보다,
주어진 교육환경 안에서 얼마나 충실하게 이수했는지를 본다고요.
더 눈에 띄는 문장은 이겁니다.
학교에 개설돼 있는데 안 들은 경우와
개설되지 않아 못 들은 경우는
구분해서 평가한다고 적어 두었습니다.
개설이 안 된 상황에서 공동교육과정 등으로
들으려 애쓴 흔적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도 했고요.
서울대도 같은 방향입니다.
권장과목은 지원자격과 무관하지만,
이수 여부는 교육과정 이수 맥락을 고려해
수시 서류평가와 정시 교과역량평가에 반영한다고 했습니다.
정시 평가 자료에는 학교의 교육과정 편성표까지 들어갑니다.
학교에 무엇이 열려 있었는지, 대학은 알고 봅니다.
그러니 "우리 학교엔 없어서요"는 핑계가 되지 않지만,
"있는데 피했어요"는 생각보다 또렷하게 보입니다.
여기서 수학 선생으로서 꼭 짚고 싶은 게 있습니다.
2028 수능 수학은 대수·미적분Ⅰ·확률과 통계만 공통으로 나옵니다.
기하와 미적분Ⅱ는 수능 범위가 아닙니다.
그런데 두 대학의 권장과목 표를 펼쳐 보면,
연세대는 자연계열·의치약 전 모집단위에
기하와 미적분Ⅱ 이수를 권장합니다.
서울대도 자연대·공대·의대 등 자연계열 대부분에
같은 두 과목을 권장과목으로 적어 두었습니다.
수능에 안 나오니까 빼자는 계산은
수능만 보면 맞고, 대학 서류로 보면 틀립니다.
이과를 생각하는 학생이라면
기하·미적분Ⅱ는 시간표에 넣고 시작하는 과목으로 보시는 게 맞습니다.
문과라고 마음 놓을 일도 아닙니다.
서울대 인문계열 상당수는 제2외국어나 한문을,
연세대 인문계열은 지정 없이 진로에 맞는 선택을 권합니다.
지망 대학 입학처의 권장과목 안내는 꼭 직접 확인해 보세요.
과목을 골랐으면, 그 과목에서 무엇을 했는지가 남습니다.
세특은 선생님이 쓰시지만,
쓸 거리는 학생이 만듭니다.
저는 좋은 기록을 동기 → 과정 → 결과 → 확장,
네 칸으로 설명합니다.
왜 궁금했는지, 어떻게 파고들었는지,
무엇을 알아냈는지, 그다음 어디로 이어졌는지.
대학이 읽는 건 이 칸들의 일관성과 구체성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제가 만든 예시 문장 두 개를 놓아 볼게요.
실제 학생 기록이 아니라 설명용으로 새로 쓴 문장입니다.
나쁜 예 이차곡선의 정의와 성질을 이해하고
관련 문제를 정확하게 풀이함.
좋은 예 포물선의 정의를 배운 뒤
위성 안테나가 왜 그 모양인지 질문을 세우고,
초점에서 나온 빛이 평행하게 반사됨을
접선의 기울기로 직접 보임.
이후 타원의 반사 성질로 탐구를 넓힘.
첫 문장은 누구에게나 쓸 수 있는 문장입니다.
두 번째는 질문 하나로 네 칸이 다 채워져 있죠.
좋은 세특은 화려한 활동이 아니라
수업 시간에 생긴 질문 하나에서 시작합니다.
여덟 편 동안 같은 말을 조금씩 바꿔 했던 것 같습니다.
바뀐 건 두 가지뿐이었고,
정시와 수시는 서로를 닮아 가고 있고,
결국 남는 건 학교 안에서 쌓은 실력과 기록이라는 것.
지도는 다시 그려졌지만,
그 지도 위를 걷는 방법은 오히려 단순해졌습니다.
열린 과목을 피하지 말고, 수업에서 질문을 만들 것.
그동안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연세대 「2028학년도 전공연계과목 선택 가이드라인」(2026.4.), 서울대 「2028학년도 대학 신입학생 입학전형 시행계획」 기준이며, 이후 모집요강에서 바뀔 수 있습니다. 다른 대학의 권장과목은 각 대학 입학처에서 확인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