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편 「예비고2, 옛 수능 기출 그대로 풀어도 될까요?」에서
기출은 푸는 책이 아니라 뜯어보는 책이라고 했습니다.
오늘은 그 위 단계,
1등급에서 만점까지입니다.
11월, 2학기 기말을 앞두고
상위권 학생들이 이런 말을 자주 합니다.
"선생님, 등급은 나오는데
늘 한두 문제가 안 풀려요.
더 어려운 책을 사야 할까요?"
제 대답은 대개 같습니다.
책보다 푸는 법이 먼저예요.
거의 다 맞는 학생을 오래 보면
빈 곳이 대개 셋 중 하나입니다.
정확성, 속도, 발상.
정확성은 근거가 빠진 줄이 없느냐입니다.
속도는 손이 빠르냐가 아니라
쓸데없이 긴 풀이를 고집하지 않느냐이고요.
발상은 시간을 주면
처음 보는 문제도 결국 풀어 내느냐입니다.
셋이 고르게 찬 학생은 만점 근처에 삽니다.
대부분은 하나가 살짝 모자라요.
그래서 어려운 책을 더 푸는 것보다
비어 있는 꼭짓점을 채우는 게 빠릅니다.
말로만 하면 감이 안 오니
제가 만든 예시 문제로 보여 드리겠습니다.
공통수학1 심화서에서 흔히 보는 모양이에요.
사차방정식 x⁴ − 5x³ + 6x² − 5x + 1 = 0의
서로 다른 실근의 합을 구하시오.
막혔다면 해설을 다 펴지 말고
첫 줄만 봅니다.
해설 1줄 "x = 0은 근이 아니므로 양변을 x²으로 나눈다."
여기서 덮습니다.
그리고 "왜 하필 x²이지?" 하고 다시 고민해요.
계수를 보면 1, −5, 6, −5, 1로
좌우가 대칭입니다.
맞힌 학생도 이 줄은 꼭 봐야 합니다.
"x = 0은 근이 아니므로"를 빼먹고
그냥 나눴다면 답이 맞아도
근거가 빠진 줄이 있는 풀이예요.
정확성은 여기서 새어 나갑니다.
해설 2줄 "x + 1/x = t로 놓으면 x² + 1/x² = t² − 2."
또 덮고 혼자 이어 갑니다.
t² − 5t + 4 = 0이 되니 t는 1 또는 4.
t = 1이면 판별식이 음수라 허근,
t = 4면 x² − 4x + 1 = 0에서
실근의 합은 4입니다.
제 기준은 이렇습니다.
생각이 멈췄다 싶으면 그때 다음 한 줄을 봅니다.
몇 분이 정답이라고 할 순 없고
학생마다 다르니 본인이 압니다.
같은 문제를 (x² + ax + 1)(x² + bx + 1)로
바로 놓고 푸는 길도 있습니다.
a + b = −5, ab = 4라서
x² − x + 1과 x² − 4x + 1로 바로 쪼개지죠.
어느 쪽이 더 짧은지 비교하고
빠른 쪽을 내 것으로 바꾸는 게 속도 연습입니다.
그리고 노트에 딱 한 줄을 남깁니다.
"계수가 좌우 대칭이면 가운데 차수로 나눈다."
문제를 통째로 오리는 오답노트 말고
새로 얻은 아이디어 한 줄이요.
이 줄이 쌓이면 처음 보는 문제가
아는 것 두 개의 조합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 단계에서 책을 고를 땐 이름보다 해설을 봅니다.
서점에서 아무 페이지나 펴서 확인해 보세요.
1. 해설이 왜 그 줄을 쓰는지 설명하는가
2. 한 문제에 풀이가 두 개 이상 있는가
3. 내가 못 푸는 문제가 열에 한두 개쯤인가
세 번째가 특히 중요합니다.
너무 쉬우면 배울 게 없고
너무 어려우면 질려서 해설만 읽다 끝납니다.
공통수학 기준으로는
절대등급, 플래티넘이 심화서 위쪽 군,
블랙라벨, 일등급 수학이 그 아래 심화 군으로 많이 묶입니다.
다만 같은 군이라도 해설 결은 책마다 다르니
위 세 가지로 직접 펴 보고 고르시길 권합니다.
고2 과목판은 출간 여부를 서점에서 꼭 확인하세요.
다음 편은 시리즈 마지막,
외고생의 문제집 루트입니다.
내신 범위가 좁고 시간이 빠듯한 외고생에게
최소 몇 권이면 되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예시 문제는 설명을 위해 제가 만든 것입니다. 책 분류는 여러 추천 글과 출판사 소개를 정리한 것이고, 순위나 통계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