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말이 되니 중3 어머님들 상담이
부쩍 늘었습니다.
고교 원서를 앞두고 오시는데,
거의 매번 같은 말로 시작하세요.
"선생님, 2028부터 입시가
완전히 뒤집힌다면서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저는
종이 한 장을 꺼내 놓습니다.
바뀐 걸 숫자로 적어 보면
목록이 생각보다 짧거든요.
지금 고2가 2028 대입을 처음 치르는 학년입니다.
수시 원서접수가
2027년 9월 20일부터 23일 사이.
중3은 그 판 위에서 3년을 보낼 학교를
이번 겨울에 고르게 됩니다.
그래서 이 시리즈를 지금 시작합니다.
하나는 내신입니다.
9등급제가 5등급제로 바뀌고,
절대평가 A~E와 상대평가 1~5등급을
학생부에 나란히 적습니다.
둘은 수능입니다.
국어·수학·사회·과학의 선택과목이 사라지고
사회는 통합사회, 과학은 통합과학을
모두가 똑같이 응시합니다.
그리고 교육부 발표문은
이 문장으로 나머지를 못 박았습니다.
그 밖의 수능 영역,
수능 성적 체제, EBS 연계 방식 등은
현행을 유지하겠습니다.
수능 등급은 여전히 9등급입니다.
5등급이 된 건 내신 쪽이에요.
지난 4월 30일, 대교협이 194개 대학의
『2028학년도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을
취합해 발표했습니다.
저도 표부터 들여다봤는데,
솔직히 좀 허탈했습니다.
수시 80.3% → 80.8%,
정시 19.7% → 19.2%.
교과 45.2% → 45.3%,
학종 23.7% → 24.3%,
논술 3.7% → 3.6%,
수능위주 18.3% → 17.7%.
전부 1%p 미만입니다.
뒤집힌 판치고는 너무 조용하죠.
교과는 여전히 가장 큰 문이고,
정시는 여전히 다섯 중 하나입니다.
여기서부터가 진짜 이야기입니다.
숫자 하나를 교실 인원으로
번역해 보겠습니다.
30명 교실에서
9등급제 1등급 4%는
한 명 남짓이었습니다.
5등급제 1등급 10%면
세 명이 됩니다.
2등급까지 누적 34%면
열 명이 같은 칸에 들어와요.
등급이 헐거워진 게 아닙니다.
등급만으로는 구분이 안 되는 구간이 넓어진 겁니다.
교육부도 9등급제의 1등급 4%가
교실 안 과도한 경쟁을 유발했다는 것을
개편 사유로 밝혔습니다.
취지는 분명한데, 대신
변별이라는 숙제가 대학 쪽으로 넘어갔습니다.
수능도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선택과목이 사라지면서
과목 유불리로 벌어지던 틈이 줄었으니까요.
그래서 대학들이 움직였습니다.
전형 이름은 그대로 둔 채
안쪽에 하나씩 덧대기 시작한 것이죠.
정시에서 학생부를 들여다보는 대학,
교과전형에 정성평가를 붙이는 대학이 늘었습니다.
대학별 숫자는 다음 편들에서
입학처 자료로 하나씩 짚겠습니다.
수학 강사로서 요즘 가장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미적분Ⅱ와 기하가 수능에서 빠졌으니
수학은 좀 덜 해도 되는 거냐고요.
교육부 설명을 그대로 읽으면
답이 이미 나와 있습니다.
수능에서 출제하지 않더라도
학생은 학교에서 그 과목을 배울 수 있고,
대학은 그 평가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이게 제외 사유에 붙은 설명이었어요.
시험에서 뺀 게 아니라,
확인하는 자리를 학생부로 옮긴 겁니다.
여기에 하나만 더 붙이자면,
통합 수능은 모두가 같은 범위를 봅니다.
피해 갈 과목이 없다는 뜻이고,
그러면 남는 건
같은 내용을 얼마나 깊이 이해했는가뿐이에요.
제 수업에서 개념을 자꾸 구두로 물어보는 이유도
결국 거기에 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지도가 새로 그려진 게 아니라
축척이 바뀐 겁니다.
길은 그대로인데 눈금이 달라져서
같은 길이 낯설어 보이는 거예요.
그러니 바뀐 두 지점부터 다시 읽으면
나머지는 따라옵니다.
다음 편에서는 그 연쇄의 첫 장면을 보겠습니다.
정시가 수시를 닮고, 수시가 정시를 닮은 이야기입니다.
숫자는 교육부와 대교협이 공개한 자료에서만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