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외고, 다시 읽기라는 이름으로
여섯 편을 나눠 써 보려고 합니다.
외고 학생들 수학을 가르치면서
상담실에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들을
순서대로 하나씩 풀어볼 생각입니다.
첫 편은 이 질문입니다.
"선생님, 외고 인기가
다시 올랐다는 게 진짜예요?
저희 애가 늦은 유행을 타는 건 아닐까요?"
유행은 아닙니다.
저는 오히려 계산에 가깝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건 제 감이 아니라
교육청이 매년 공개하는 숫자에
꽤 또렷하게 찍혀 있습니다.
지난해 12월에 서울시교육청이
고입 원서접수 현황을 발표했습니다.
2026학년도 자기주도학습전형 결과입니다.
서울 외국어고 6개교 일반전형은 1.75대 1.
그 전해 1.61대 1에서 올랐습니다.
같은 발표문의 아래쪽이 더 흥미롭습니다.
하나고를 뺀 서울 자사고 14개교는
1.24대 1에서 1.17대 1로 내려갔습니다.
서울국제고는 2.60대 1을 그대로 지켰고요.
여기서 같이 봐야 할 숫자가 하나 더 있습니다.
그해 중학교 3학년이 전년보다
2,823명 늘었다는 사실입니다.
지원할 아이가 늘었는데도
자사고 쪽은 경쟁률이 내려갔습니다.
전체 인구가 아니라 선택이 갈린 겁니다.
제가 보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 지금 내신은 문과와 이과를 나눠
등급을 주지 않습니다.
한 과목을 들은 학생을 전부 한 줄로 세우니까
학교마다 전교 1등은 한 명입니다.
둘. 약대가 2022학년도부터
고등학교 졸업생을 1학년으로 뽑기 시작했습니다.
의약계열로 가는 문이 학부로 다시 열린 셈이죠.
그러면 내신을 잘 받는 아이가
요즘 어디를 보는지는 짐작이 되실 겁니다.
이 두 개를 겹쳐 놓으면 결론이 하나 나옵니다.
문과를 가고 싶고 내신도 잘 받는 학생이
일반고에서 점점 귀해집니다.
그런데 대학의 인문·사회 정원은
그 속도만큼 줄지 않았습니다.
자리는 그대로 남아 있는데
그 자리에 맞는 아이가 줄어든 거죠.
그래서 대학이 외고·국제고를 보게 되고,
학부모도 그 흐름을 읽고 원서를 냅니다.
외고가 갑자기 좋아진 게 아니라
구조가 그쪽으로 몰아준 겁니다.
여기까지는 입시 구조 이야기입니다.
수학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하나만 더 붙이고 싶습니다.
외고에 가면 전공어와 영어의 단위수가 큽니다.
그만큼 수학에 쓸 시간이 줄죠.
그래서 외고 안에서는
영어에 문제가 없고 수학도 되는 학생이
생각보다 귀한 자리에 서게 됩니다.
제가 가르친 외고 학생 중에도
수학이 특별히 뛰어나지 않았는데
학교 안에서는 상위권이던 경우가 있었습니다.
본인은 그게 이상하다고 했지만
입시는 언제나 상대평가니까요.
물론 이건 학교를 고르는 이유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수학을 덜 해도 되는 학교"로 읽으시면
3년이 반대로 흘러갑니다.
반대로 읽으면 조심스러운 말도 됩니다.
수학이 힘들어서 외고라는 선택은
제가 가장 신중하게 보는 경우예요.
그 얘기는 이 시리즈 3편에서
숫자를 놓고 따로 하겠습니다.
올해 서울 외고·국제고·자사고 원서접수는
12월 3일부터 7일까지입니다.
오늘부터 70일 남았습니다.
이번 주에 하실 일이 하나 있다면
경쟁률 기사를 더 찾는 게 아니라
아이 영어 성취도부터 학기별로 적어 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그 표 앞에서 이야기가 훨씬 빨라집니다.
다음 편에서는 왜 합불이 1단계에서 갈리는지를
전형 구조를 펼쳐 놓고 써 보겠습니다.
본문의 경쟁률은 서울특별시교육청 「2026학년도 국제고·외국어고·자사고 자기주도학습전형 원서접수 현황」(2025. 12. 5.)과 「2025학년도 국제고·외국어고·자사고 자기주도학습전형 원서접수 현황」(2024. 12. 6.) 발표 자료, 원서접수 일정은 「2027학년도 서울특별시 고등학교 입학전형 기본계획」(2026. 3. 31.)에서 확인한 것입니다. 학교별·과별 경쟁률과 전형요강은 이와 다르니 지원하실 학교의 요강을 꼭 직접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