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8월 입니다.
아이들이나 어머님들이 항상
가장 많이 하시는 말씀이 있어요.
방학 내내 개념서를 붙잡고 있는데,
시험만 보면 점수가 제자리예요.
솔직히 말하면, 저는 이 얘기를 들어도
학생이 게을러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성실한 학생일수록
이 함정에 더 잘 빠져요.
개념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봤다.
문제집도 한 권 뗐다.
그런데 시험지만 받으면 머리가 하얘진다.
이게 왜 그럴까요.
작년에 가르쳤던 고2 학생 한 명이 딱 그랬어요.
개념 강의를 두 번, 세 번씩 돌려봤는데도
4점짜리 문제 앞에서 매번 손이 멈췄습니다.
그 학생 노트를 함께 펼쳐보고 이유를 알았어요.
밑줄만 쫙 긋고 "이해했다"며 넘어간 페이지가 대부분이었거든요.
눈으로 읽어서 이해되는 것과,
백지에 스스로 다시 꺼내 쓸 수 있는 것은 전혀 다른 단계입니다.
시험장에서 필요한 건 후자예요.
그 순간엔 아무도 옆에서 개념을
다시 설명해 주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개념서든 강의 필기든,
같은 단원을 이렇게 세 번에 나눠서
소화하라고 시킵니다.
1회차 — 이해하며 편하게 읽기
처음엔 부담 없이 읽습니다.
막히는 개념은 그냥 넘기지 말고,
그 자리에서 선생님한테 묻거나 자료를 찾아서
"아, 그래서 이게 필요하구나"
라는 소리가 나올 때까지만.
문제는 해설을 봐도 괜찮아요.
아직 1회차니까요.
2회차 — 손으로 다시 정리하기
이번엔 눈이 아니라 손으로 갑니다.
개념을 내 언어로 요약하고,
문제도 조건을 직접 옮겨 쓰면서 한 번 더 풀어요.
내가 이 단원을 가르친다면 뭐라고 설명할까를
상상하면서 정리하는 거죠.
3회차 — 백지에 꺼내 보기
여기가 진짜입니다.
빈 종이에 단원 이름만 써놓고,
목차와 핵심 개념을
아무것도 안 보고 쭉 적어 내려갑니다.
적다가 막히는 부분이 나오면?
거기가 바로 내가 시험에서 틀릴 자리예요.
여기서 오해하실까 봐 하나 짚고 갈게요.
이건 수학을 암기 과목처럼
통째로 외우라는 말이 절대 아닙니다.
저는 그 방식엔 오히려 반대하는 편이에요.
이해 없이 삼킨 공식은
숫자만 살짝 바뀌어도 그냥 무너지거든요.
제가 말하는 건
이해한 내용을 스스로 꺼내서 설명하는 연습입니다.
설명이 되면 그건 진짜 내 것이고,
설명이 막히면 아직은 남의 지식이에요.
점수는 문제를 몇 개 더 푸느냐가 아니라,
아는 걸 시험장에서 얼마나 정확히 꺼내느냐
에서 갈립니다.
개념이 헐거운 상태로 문제만 계속 푸는 건,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일과 비슷해요.
푸는 그 순간엔 뭔가 하는 것 같은데,
시험이 끝나고 나면 남는 게 없습니다.
방학기간이 아직 충분히 남았습니다.
지금부터라도 개념서 새 걸 사는 대신,
지금 보던 그 한 권을
백지에 꺼낼 수 있을 때까지
세 번 돌려보세요.
교재는 뭐든 상관없어요.
지금 손에 있는 걸로 충분합니다.
중요한 건 책 이름이 아니라,
"설명할 수 있느냐"니까요.
남은 방학, 개념서 한 권만 제대로 꺼내 써도
가을에 보는 시험의 난이도 체감이 확 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