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고사 끝나고 이번 주에 상담을 몇 건 했는데,
한 어머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선생님,
우리 애는 오답노트도 꼬박꼬박 쓰거든요. 그런데 왜 성적이 안 오를까요?
솔직히 말하면,
이 질문을 한 해에 수십 번은 듣습니다.
그리고 제 대답은 늘 비슷해요.
오답노트를 안 써서 문제가 아니라,
오답노트에 '엉뚱한 것'을 쓰고 있어서
문제라고요.
틀린 문제를 만나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이렇게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번 생각해 보세요.
그 아이가 계산을 못 해서
그 문제를 틀렸을까요?
아닙니다.
풀이의 '방향'을 못 잡아서 틀린 겁니다.
그러니까 정작 연습해야 하는 건
풀이 과정 받아쓰기가 아니라,
"이 문제는 왜 이렇게 풀 수밖에 없었는가"를
스스로 따져보는 일이에요.
수학을 잘하는 아이들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처음 보는 문제 앞에서
조건부터 이리저리 건드리는 게 아니라,
구해야 하는 답에서부터
거꾸로 생각을 출발한다는 거예요.
냉장고에 사과가 있어요.
이걸 갈아야 할까요, 썰어야 할까요?
메뉴가 정해지기 전엔 알 수 없죠.
잼을 만들 거면 갈고,
샐러드면 썰어야 하니까요.
문제의 조건도 똑같습니다.
'뭘 구할지'가 먼저 서 있어야,
주어진 조건을 '어떻게 요리할지'가 보입니다.
풀이를 베끼지 말고,
딱 세 줄만 한글로 적으라고요.
수식이 아니라
'생각의 흐름'을 적는 겁니다.
처음엔 다들 답답해합니다.
한 문제에 십 분 넘게 걸리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걸 몇 주만 꾸준히 한 아이들은
시험장에서 처음 보는 문제가 나와도 당황하지 않아요.
문제를 푸는 방법이 아니라,
방법을 '찾아내는 방법'을 연습해 왔으니까요.
하루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는 말도 있던데,
저는 반만 동의합니다.
이런 식의 공부라면
한 시간도 밀도가 엄청나지만,
처음 습관을 잡는 동안은
옆에서 봐주는 사람이 있어야 해요.
혼자 하면 결국 '사고에 대한 분석'이 아니라
다시 '풀이 베끼기'로 돌아가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거든요.
이제 곧 여름방학입니다.
문제집 세 권 새로 사는 것보다,
지난 기말고사에서 틀린 문제 열 개를
이 방식으로 다시 뜯어보는 것이
2학기 성적에는 훨씬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