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들 중에 꼭 이런 상담 전화가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선생님, 우리 애 방학 때
인강 좀 듣게 하려고 하는데요."
목소리에 안심이 묻어 있어요.
그런데 저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살짝 조심스러워집니다.
인강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인강을 '듣는 방식'이 문제인 경우를
너무 많이 봤거든요.
작년 여름방학에 하루 다섯 시간씩
인강만 듣던 학생이 있었습니다.
개학하고 나서 첫 시험을 보니
오히려 성적이 떨어져 있었어요.
본인도 이해가 안 간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열심히 들었는데.
원인은 간단했습니다.
2배속으로 틀어놓고,
강의가 끝나면 뿌듯한 기분만
남았던 거예요.
방금 들은 강의에서 뭘 이해했고 뭘 이해 못 했는지, 그걸 스스로 설명할 수 있어야 진짜 공부한 겁니다.
이해했다는 '느낌'과 실제로 이해한 건
완전히 다른 문제거든요.
한 강의를 다 듣고 나서 노트를 덮기 전에,
배운 내용을 자기 말로 한 번 요약해보세요.
막히는 부분이 나오면,
그게 바로 오늘 진짜 공부해야 할 부분입니다.
저는 여기에 하나 더 붙이고 싶은 게 있습니다.
강의를 듣다가 애매한 부분이 나오면
대충 넘어가지 말라는 거예요.
그 부분이 나중에 문제를 풀 때
반드시 발목을 잡습니다.
상담 오시는 어머님들이 가장 많이 하시는
질문 중 하나가 이거예요.
"우리 애 고2인데,
이제 와서 개념부터 다시 봐도 될까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3등급 이하 학생 대부분은
개념이 제대로 안 잡혀 있습니다.
고3이라도 다르지 않아요.
수학은 쌓아가는 과목이라서,
어디선가 구멍이 나 있으면
그 위에 아무리 문제를 얹어도 무너집니다.
그러니 지금 몇 학년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이 나이에 기초부터 보는 게
부끄럽지 않을까요?"
이렇게 묻는 학생도 있었는데,
저는 오히려 반대로 말해줍니다.
지금 다지고 가는 게,
나중에 훨씬 늦게 알아차리는 것보다 백배 낫다고요.
한 달 정도 잡고 개념 복습에만 집중해도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개념을 어느 정도 채웠으면 이제 문제를 풀 차례인데, 여기서 또 다른 벽에 부딪히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개념은 아는데 문제가 안 풀린다고 좌절하는 거예요.
이건 당연한 겁니다.
개념을 안다고 문제가 바로 풀리는 게 아니거든요,
그 사이에 훈련이 한 번 더 필요해요.
일정 시간 고민해도 실마리가 안 보이면,
그때는 답지를 펼쳐도 됩니다.
다만 답을 그냥 베끼지 말고,
내가 어디서 막혔는지부터 확인하세요.
발상 자체를 못 한 건지,
아니면 계산 과정에서 헤맨 건지
구분하는 게 핵심입니다.
이 두 가지는 완전히 다른 처방이 필요합니다.
발상을 못 했다면 비슷한 유형을 더 풀어봐야 하고, 계산에서 헤맸다면 그 계산 과정만 집중적으로 반복하면 됩니다.
문제집은 한 권을 세 번, 네 번 풀어서
완전히 손에 익을 때까지 반복하는 걸 추천합니다.
여러 권 얇게 훑는 것보다 이 방법이 훨씬 오래갑니다.
지금이 딱 좋은 시기예요.
기말고사도 끝났고, 방학이 코앞이니까요.
거창하게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한 달만, 오늘 얘기한 방식대로 해보세요.
인강 들을 때 이해했는지 스스로 점검하고,
개념 구멍은 부끄러워 말고 채우고,
문제 풀 때는 어디서 막혔는지부터 보는 것.
이 세 가지만 지켜도 여름방학이 끝날 때쯤엔
확실히 달라져 있을 겁니다.